20세기 소녀

creeping.egloos.com

포토로그 마이가든



꿈, 꿈, 꿈. 내멋대로 상상하기

첫번째 꿈.

내가 이혼했다. 아니 이혼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는 우울했고, 여행을 떠났다. 마침 비가 오고 있었고, 난 우산도 없이 거리를 헤맸다. 불룩한 배낭가방이 젖어왔다.

여행객들이 모이는 광장에 갔다. 모두 모르는 얼굴 뿐이었다. 그 중,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고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취향도, 성격도 나랑 너무나 비슷했다. 왠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 같았다. 우리는 곧 갈림길에 들어섰고, 나는 내심 그가 나와 함께 가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행객들 사이로 사라지고 말았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비에 젖은 내 모습을 쳐다봤다. 그가 어디로 간 것인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그를 따라가야하는 것이 아닌지, 젖은 옷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파란불이 켜졌고, 나는 발걸음을 떼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며.

그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며 우리는 아까와 똑같이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곧 그와 키스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난 눈을 뜨고 말았다. 아직, 키스도 하지 못한 채로.


두번째 꿈.

길을 잃었다. 무려 40층이나 되는 거대한 건물 속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작은 강의실을 나와 화장실을 찾던 중이었다. 건물 한가운데에서는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 모를.

한참을 헤매다 막다른 방에 다다랐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학생이 담배 두 가치를 한번에 피고 있었다. 나는 당장 담배를 끄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학생은 내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어댔다. 날 비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는 물고 있는 담배를 낚아채, 다리로 비벼껐다. 그리고서는 들고 있던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렸다. 남학생은 나에게 걸어오더니, 내 뺨을 때렸다. 아프지 않았다. 갓난아이가 엄마의 뺨을 슬쩍 때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선생인 나를 때렸다는 것만으로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성을 잃었다. 나는 들고 있는 몽둥이로 남학생의 뺨을 때렸다. 몽둥이가 스치면서 뺨에 상처를 냈다. 가로로 뾰족히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남학생은 울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교무실로 불려갔다. 교무실에는 남학생의 어머니가 와 있었다. 남학생의 뺨에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남학생의 어머니는 이성을 잃고 나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나는 도망쳤다. 학부모를 피해, 원장을 피해. 그리곤 또 길을 잃었다.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 모를 공연 소리가 건물 전체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세번째 꿈.

나는 울고 있었다. 그저 계속 울고만 있었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그렇게 계속,

울고만 있었다. 빨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얼굴이 빨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왼쪽 뺨에 상처가 난 남자였다.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서 남자가 섰다. 나는 울음을 멈추려고 애썼다.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더이상 내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나는 계속 울고만 있었다. 젖은 배낭이 어렴풋이 보였고, 횡단보도가 펼쳐졌다. 남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왼쪽 뺨의 상처가 더욱 짙게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와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그는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를 잡고 싶었다. 나는 더욱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 내 몸은 점점 가벼워졌다.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것인지, 날고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흐르는 눈물은 내 몸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뚝, 뚝, 내 몸에서 빨간 물이 떨어졌다. 펼쳐진 횡단보도가 빨갛게 변했다. 난 뛰는 것을 멈추었다. 왼쪽 뺨에 상처가 있던 남자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빨간색 횡단보도 앞에 서서 계속 빨간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젖은 배낭이 내 발 옆에 놓여있었다. 배낭은 이내 곧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